[인터뷰] 치유농장 '찐촌바이브' 대표 선무영, 로스쿨에서 농업의 길로

청년 창농 성공사례 경연대회 대상, "우리의 진짜 가능성을 실현해 나갈 수 있을 것"

"사람을 위한 농사를 추구하는 농업"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충북 괴산에서 치유 농장 찐촌바이브를 운영하고 있는 선무영이라고 합니다. 2022년에 귀농해서 지금 3년 차 농부입니다!

 

Q. 귀농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하셨고, 어떻게 귀농하게 되었나요?

A. 로스쿨을 다녔습니다. 변호사 시험도 두 번 치렀어요. 두 번 모두 아깝게 떨어졌는데, 처음 시험 볼 때는 하루에 열 시간씩 공부했지만, 두 번째 시험 때는 하루 네 시간도 채 공부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비슷한 점수를 받은 걸 보고, 붙을 거였으면 진작에 붙었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길로 하고 싶었던 일을 찾기로 결심했습니다. 사실 시험을 치르기 전부터 농사에 뜻이 있다는 걸 먼저 귀농하신 어머님께 말씀드려왔습니다. 어머니는 시골에서 농부로 산다는 게 굉장히 힘든 일이라는 걸 알고 계셨기에 저를 말리셨죠. 이렇게 어머니와 주고받은 마음들을 일간지 칼럼으로 쓰기도 했고, 서간집 그 편지에 마음을 볶았다(한겨레출판사, 2022)’로 출판하기도 했습니다. 귀농이라고 하지만, 제가 생각할 때는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어떤 농장에서, 어떤 작물을 어떻게 길러서, 또 어떻게 가공해서 팔지 결정하는 모든 것이 농부에게 달린 일이죠.


Q. 현재 운영 중인 치유 농장은 무엇을 하는 농장인가요?

A. 치유농업은 말이 굉장히 거창하지만, 결국 사람을 위한 농사를 추구하는 농업입니다. 일반적으로 농사는 두 가지로 나뉩니다. 결과물인 농산물을 추구하는 농사와 과정인 농사 자체에 집중하는 농사입니다. 스님들이 명상의 한 부분으로 시도하는 밭일, 귀족들이 일부러 땀 흘려가며 하던 원예활동 같은 것들이 일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농업이죠. 그런 것이 치유농업이고, 저희 치유농장 찐촌바이브에서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즐거운 농장이 되자는 것입니다. ‘시골의 참 매력은 밭에서 땀 흘려 일하는 데 있다. 너무 고단하게 일하지 않게, 딱 네 시간만 일해주시면 게스트하우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해드리자. 밭일 뒤 씻고 먹는 수박 한 입! 그것만으로도 우리가 느끼고 있는 이 묘한 해방감을 느끼시리라 생각하고 시작한 치유농장입니다.

 

Q. 농협 청년농부사관학교와 NH투자증권에서 주최하는 청년 창농 성공사례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앞뒤 상황을 자세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

A. , 제가 농협 청년농부사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농부들과 스스로 한 귀농, 창농 과정에 대해 사례 발표를 할 기회를 얻었는데요. 제가 한 발표의 핵심 주제는 쑥이었습니다. 찐촌바이브가 가장 크게 의존하는 작물이 쑥이기 때문입니다. 치유농업 활동을 하기에도 쑥이 아주 좋고, 유기농으로 기르기에도 쑥만한 게 없습니다. 어디서나 잘 자라는 쑥. 잘 모르고 스쳐지나가기 쉽지만, 알고 보면 이만큼 좋은 게 없는 쑥. 이런 쑥이 꼭 청년 농부들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농업이라는 거대 담론에 가려지기 쉬운 이런 쑥 같은 농업 부산물들에 집중해서 쑥차, 쑥향낭, 더 나아가서는 쑥을 원료로 한 화장품이나 방향제, 탈취제를 만들 때 우리는 미처 몰랐던 우리의 진짜 가능성을 실현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꼭 그래보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것보다도 더 많은 걸 해낼 수 있다는 그 당돌함을 잘 봐주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분에 넘치는 큰 상을 받았습니다.


Q. 이렇게 귀농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A.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합니다. 큰 돈을 벌어보겠다는 욕심이 앞서면 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농사는 하나씩 차근차근 쌓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마음이 앞서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더욱 내려놓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많이 내려놓고 나서가벼운 마음으로 앞으로 무엇을 해나갈지 계획하고그 계획에 따라 차근차근 해나가면 충분히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곳이 시골입니다시골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Q. 그렇게 마주한 농업에는 어떤 어려움들이 있었나요?

A. 사람을 구하는 게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시골에서는 일을 만들기 나름입니다. 밭을 만들고, 창고, 데크, 계단, 정원 무엇이든 하고자 하면 다 일이고 시간입니다. 그러다 보니 몸이 두 개여도 바쁠 만큼 해야 하는 일이 많습니다. 마음을 내려놓는 게 아직 잘 안 돼서 그런 걸까요. 시골에서는 정말 바쁘게 할 일이 많습니다. 밭일이 가장 크겠지만 지금은 출산 준비와 살 터전을 마련할 문제(함께 살 집 짓기)로 마음이 아주 바쁩니다. 이런 것들을 나눌 사람이 있으면 훨씬 마음도 편하고 몸도 편할 것 같은데 쉽지 않습니다. 마음 맞는 사람들을 찾아 함께 일을 꾸리기가 쉬운 구조가 아니랍니다.

 

Q. 무영님은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셨나요?

A. 도시농부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일손이 필요할 때 농가와 연결해주고, 그 일당을 군에서 보조해주는 형식입니다. 이렇게 일손을 좀 보탬받기도 하고, 사실 가장 큰 보탬은 가족입니다. 찐촌바이브는 부모님 농장부터 이어져온 가족농입니다. 어머니, 아버지, , 누나 그리고 새로 생긴 며느리와 사위까지 해서 대가족입니다. 일손이 필요할 때마다 모여서 일을 처리하고 있답니다. 순간순간 바쁜 일들이 더해지면 곤란하지만, 가족만큼 큰 보탬이 또 없습니다.

 

Q. 무영님이 생각하는 농업이란 무엇인가요?

A. 시간을 쌓아가는 일입니다. 밭을 꾸리고, 농장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여타 공간을 꾸리고 만들어가는 과정과 같아요. 그런데 그 공간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대부분 시간이죠. 이렇게 농장을 꾸려가면서 다양한 활동을 해갈 수 있습니다. 사실 마음먹기에 따라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게 농업입니다. 6차 산업이라고 하죠. 쑥을 생산하는 1차 산업, 쑥으로 차를 만드는 2차 산업, 사람들이 놀러와서 쑥을 따고, 무언가 만들어가는 3차 산업까지 모두 합쳐 6차 산업입니다. 모든 것이 다 농업이죠. 본인이 어떤 일을 해나갈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게 농업입니다. 능력과 마음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겠죠?

 

Q. 농부가 가져야 할 자질이 있다면?

A. 인내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농사를 짓다 보면 마음대로 되는 일이 드뭅니다. 미리 준비한다고 해도 생각처럼 되지 않아요. 누가 언제 찾아온다고 하면 마음이 바빠지고, 그에 맞춰 준비했는데 오기로 했던 사람이 일을 미루기도 합니다. 비가 온다고 했다가 오지 않으면 다시 물을 주러 농장에 가야 합니다. 그냥 늘 그런 일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견뎌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다 잘 되겠지 하는 배짱인지, 어려운 걸 참아내는 인내심인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농부에게 필요한 자질입니다.

 


Q. 무영님은 어떤 농부가 되고 싶나요?

A. 자유로운 농부가 되고 싶습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묘비명에 적었다고 알려진 글귀가 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무섭지 않다. 나는 자유다.' 그런 농부가 되고 싶습니다. 이미 많은 것을 이뤄서 그렇든, 마음을 내려놓아서 그렇든, 아무것도 바라지도, 무서워하지도 않는 그런 농부가 되고 싶습니다.

 

Q. 청년들이 쉽게 농업을 결심하지 못하는 이유는?

A. 익숙한 생활 환경 때문일 것 같습니다. 도시는 사람이 많이 모여 살다 보니 할 일도 많고, 놀 곳도 많습니다. 시골은 그렇지 않아요. 사람도 적고, 특히 젊은 사람은 더 적습니다. 그러다 보니 도시만큼 많은 아르바이트 자리가 있는 것도 아니죠. 놀거리도, 할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달리 보면,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할 일은 적지만, 절임배추 일을 돕고, 지게차를 운전하면 사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동네에 젊은 사람들이 없어서 그렇지, 청년 모임에 가면 또 그렇게 즐거울 수 없습니다. 도시에 살면서 시골을 바라보면 그게 보이지 않을 뿐, 시골은 다른 방식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나요

A. 언젠가 다른 인터뷰에서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 저는 본이 되어보이고 싶습니다. 본보기라고 하죠. 제가 많은 걸 이루었기에 귀농할 수 있었던 게 아닙니다. 도시에서 모든 걸 이룬 다음에 하는 귀농만 있는 게 아니에요. 와서 이룰 수도 있는거죠. 그렇게 보기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렇게 귀농해도 정말 행복하게 잘 살 수 있구나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Q. 10년뒤 자신에게 하는 약속

A. 쑥을 만 평되는 밭에서 기르는 대농이 되어주겠다는 거창한 약속은 못한다. 그래도 스스로 생각했을 때 정말 행복해서, 아쉬울 거 없는 사람이 되게끔 잘 준비해둘게. 몸도 마음도 건강해서 정말 보기 좋은 사람이 되어보일게.

 

Q. 귀농 귀촌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한마디

A. 당장에라도 할 수 있습니다. 무언가 이룬 이후에 하겠다고 미뤄둘 필요 없어요. 준비는 와서 해도 괜찮아요. 스스로 믿는다면, 다만 욕심도 많이 내려놓고 있다면 당장에라도 할 수 있습니다. 응원합니다.

 

작성 2024.06.11 22:37 수정 2024.06.11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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